사실 마녀사냥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마녀' 가 아닌 죄 있는 사람을 몰아가서 인민재판을 거행하는 식이므로 '마녀'를 뺐다. 실제로 마녀는 마녀일리가 없으므로.
어찌됬든간에, 최근 여기저기서 뉴스에 나오는 몇몇 예들을 보면 구조적으로 법적으로는 책임소재를 물기에 애매한 사람을 대중의 손에 맞기는 인민재판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이 생각을 남기게 된 이유는 최근의 뉴스 등에서 사적인 사건들의 폭로들을 보고 경멸을 느낌과 동시에 어떤 난감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애초에 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지 않거니와 그 사람들에 대해서 벌어지는 투석형을 보고싶지도 않다 (뉴스 상위권에 뜨니 봐버렸지만).
따라서, 여기서 이야기하는 폭로들에 대한 논점은 법적으로는 처벌 수위가 아닌 사생활적인 도덕적 공방에 대한 것들이다 (실제로 뉴스거리가 다 이런거였다).
폭로의 글들을 봤을때 주로 그동안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 등을 올리면서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쓰이는걸 느낀다. 적어도 내가 살아오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었다. 어떤 집단만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로 '가해자'들을 돌이킬 수 없는 충분한 쓰레기들로 만들어버린다.
주목할 점은, 이런 글들을 보자면 글 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분명히 나뉘는데, 여기에는 파블로프적 행동을 보이는 사냥꾼들이 피해자들 쪽에 붙는다. 이들은 정의를 바로 잡기 위해 나타난 척 하지만, 마치 방범대 같이, 실상은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 유희를 즐기기 위해 활과 화살을 들고 나온 가학적인 사냥꾼들이다.
성별이든 이익집단이든 정치적이든간에, 일반 시민 집단이라고 보기 힘든 잘 훈련된 사냥꾼들이 냄새를 맡고 흘러와 메신저로 주고 받은 사생활 교신을 찬찬히 탐미하고 그것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변환시킨다. 그리고 해를 끼친 '해충'을 그들만의 언어로 도살시키고자 침을 흘린다.
애초에 대중에 맡긴 인민재판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면 같이 사냥감이 된다. 사건의 전말과 공공기관의 제제와 사실관계를 떠나, 피해자는 언제나 도덕적 우위를 점하면서 폭로글을 세상에 퍼뜨리므로 처음 시작은 항상 대중들의 뜨거운 칼날을 상대방에 깊숙히 찌르고 시작하게 된다.
다시 생각하건데 사건의 전말을 떠나 결과론적으로만 생각해보는 것이다. 전말은 단지 제3자의 사생활적 부분이다. 결과는 대중의 빗발치는 화살들이다.
대중들은 먼저 피 흘리고 더러워진 '가해자'를 마음껏 걷어차고 사냥하며 엉금엉금 하수로를 기어가게 만든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는 항상 전문 사냥꾼들이 있다.이들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사냥 당할 운명이다.
애초에 이런 의구심 자체가 그들의 '전문적' 표현에 의해 가해자와 같은 수준의 도덕적 타락자 낙인을 불러오게해 도리어 한 대중의 시민이 같이 사냥감이 되도록 만들어 버린다.
생각해볼 점은 사냥꾼이나 대중이나 똑같이 단지 이런 것들을 타인들의 문제이며, 관음과 재미로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점이다. 여기에 사회적 정의를 내세우는 바보가 있는가?
애초에 왜 사생활적인 폭로를 하루가 멀다하고 다들 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개인의 생각에 당한 것이 있으니, 해왔던 사례가 넘처나는 방향으로, 똥칠하는 모욕감과 대중의 돌맹이질을 당하게 만들고 싶어하니까 올리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는 상대방을 완전히 죽이고자하는 증오심과 가학적 면이 도사리는데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도덕인가?
나는 이러한 선택지를 고른 '피해자'들의 심정을 얕보는 것은 아니다. 정녕 사회적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그리고 주위에 알려서 다른 사람이 재차 피해를 보지 않게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왜 대중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인가? 왜 여기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정의의 사도인척 하는가? 왜 사생활인 부분을 서로가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물론 서로가 해결을 못했으니 동원령을 내렸겠지만.
이 글에서 사냥꾼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사실 이들은 남 사생활에 참견하고 (관음적이고) '가해자'를 공격하기를 좋아하며 (가학적이며) 무엇이 정의고 도덕인지 정확하게 모르기도 하고 (무지하고) 오로지 어떤 이슈성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딱한, 허름한 술집에 어울리는 주정꾼들이다. 단지 이들의 손이 가진 날카로운 칼날은 모이면 매우 뜨겁기 때문에 다들 전전긍긍 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참견하기 좋아하고,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기 좋아하며, 집단적으로 린치하는데 희열을 느끼며 아집의 심리적, 도덕적 절대성을 지닌채로 타자를 무시 또는 말살하려하는 모습은 당연히 그것을 조망하는 사람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한다.
이 점이 이들이 존재하는 유일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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