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일상의 사소함에서 느꼈던 생각. 231123

ss_salix 2023. 11. 23. 18:30

며칠 전에 있었던 굉장히 사소한 일이지만 나로 하여금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만든 일이 있었다.

 

복합 쇼핑몰의 유리로 된 이중 문이 있었는데

주말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4인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앞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가장으로 보이는 분이 문을 잡고 일행을 들여보내 주었다.

화기애애한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나도 들어가려는 순간,

그 일행인 아이가 들어가자마자 문을 바로 놓아버려서 눈앞에서 예기치 못하게 문을 잡느라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이야 뒷사람 문을 안 잡아주는 경우가 체감상 90% 정도라서

그러려니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잡아주면 오~ 매너 좋으시다 라는 느낌이 드는 😎),

그래도 이왕 문을 잡고 있는 김에 뒷사람도 좀 생각해 주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편,

불쾌하다 라거나 기분이 나쁘다 라는 감정보다는 뭔가 묘한, 어떻게 보면 기괴함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요즘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거의 안 타기는 하지만,

비슷한 예로 엄청 붐비는 버스에서 내 눈앞에 자리가 생겨서 앉으려는 찰나,

어떤 아주머니가 재빠르게 앉은 후에 억센 톤으로 자신의 자제분에게 여기 앉으라고 다급하게 손짓하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도 정말로 불쾌나 기분이 나쁜 감정은 분명 아닌,

무엇인가 다른,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예컨대, 금연구역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고 상식적으로도 금연이 분명할 것 같은 곳에서 대놓고 연초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대한 기분 나쁨이나 불쾌감 그리고 담배 연기의 냄새가 주는 충동적 파괴 욕구가 들지만, 위의 경우들에는 분명 이기적인 태도이기는 하나 기분이 나쁘거나 혐오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좀 더 결이 다른 그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 감정을 뭐로 표현하면 좋을까에서 비롯된 생각이 글로 적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굳이 내 머릿속의 빈곤한 단어를 찾자면, 안타까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사실 간단하게 '???' 에 그냥 가까운 느낌이지만 ㅎㅎ

 

다른 의미로의 이게 현실인가? 정도의 느낌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들의 행동이 경제학적으로나 생물적으로나 타당해서 굉장히 맞는 행동이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과 그 가족을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니까.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왜 너를 위해서 문을 잡아줘야 하냐' 라던지 '눈앞의 자리를 선착순으로 말그대로 빠르게 먼저 앉았는데 무슨 잘못이 있냐' 정도로만 되물어도 아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의 경우에서 내가 들었던 기괴한 감정의 근원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양식 있는 태도를 바랐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뭔가 거창하게 타인과 커뮤니티를 위한 태도라고는 하고 싶지 않지만 (물론 나도 타인을 위해서 무엇인가 선의로 나서서 행하진 않으므로), 공통적인 개념에 대한 실천 부재에서 비롯된 안타까움의 감각이라고 해두고 싶다.

혹은 애초에 공통적인 개념이 함양돼있지 않거나 하는.

 

다른 방향으로 보자면, 특수한 환경 하에서는 이러한 배려나 마음 씀씀이는 전혀 허황된 말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것을 흔히 여유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고,

또한, 일생을 비슷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그것이 여유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오히려 '좀 다르게 행해줬으면 어땠을까'에 가까운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삶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떤 경우에는 누구보다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 절묘하게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뭔가 미묘한 감각을 준다. 물론 개별이나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일반화를 하자면 이런 느낌을 준다.

영달과 화려함 그리고 외적 요소에는 그 관심과 주변의 이목에 상당히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철저히 자신과 자신 주변의 이득을 취함에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적다 보니 종합해 보자면, 아마도 어느 정도의 안타까움과 태도의 모순이 주는 어느 정도의 이질감이 내가 느꼈던 감정인 것 같다 😂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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