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한국, 일본, 미국 실험생활 느낀 점 적어보기. 210613

ss_salix 2021. 6. 14. 13:11

어쩌다 보니 한국, 일본, 미국에서 실험 경험이 있게 되어서 써보는 글인데 순전하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당연하게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경험 자체에도 시간적 차이가 있다 보니 지금은 또 어떠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분야가 생명 분야 쪽이라 기타 분야 실험실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 미국과 일본에는 박사과정생 또는 포닥들이 진행하는 매주 혹은 격주로 있는 섹션 (부서나 학과) 전체 대상 발표가 있음. 소속된 사람 수에 따르겠지만 대충 1 년에 한, 두 번꼴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매주 전체 섹션이 모여서 다과회하면서 그냥 이야기하는 모임도 있는데 네트워크 형성을 굉장히 중요시하다 보니 같은 필드면 친해지라고 하는 듯 😅

일본은 매주까지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 번씩은 인원들 모여서 각자 준비해온 음식 가져와서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시간이 있었음.

 

-  미국의 경우, PI candidate의 PPT 발표를 전체 대상으로 공개 진행함. 

필드 유명인 초청 seminar도 매주 있지만, 가끔 PI 지원자의 발표도 있는데 소속 인원 전체가 들을 수 있도록 함. 공부도 많이 되고 나름 흥미진진하다.

유명인 (일명 빅가이) seminar의 경우, 포닥들과의 meeting은 따로 시간을 배분하여 1 시간 정도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만들어 줌. 특히, 해당 분야에 굉장히 관심 있는 사람의 경우 보통 seminar 시간이 점심시간 이후인데 초청되어 오는 사람이 점심시간에 이미 도착해서 점심을 다른 PI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때도 참석하게 해서 토킹을 seminar 전후로 길게 할 수 있도록 해줌.

 

- 일본의 경우, 실험 프로젝트는 완전히 개별적이고 실험 수행도 가이드 이후에는 개별적이었다. 미국은 내 경험상 프로젝트 위주로 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건 솔직히 랩의 규모에 따라서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

같은 PI 밑의 A와 B가 있다면, 일본은 A와 B가 하는 일이 서로 다르게 느껴질 만큼 개별적이고 (실험 테마나 분야는 당연히 같은 실험실이니 비슷하지만), 미국의 경우 A와 B는 큰 프로젝트 아래에서 기둥을 하나씩 세우는 느낌인 것 같다. 

 

- 미국과 일본에서는 공용으로 쓰는 기기가 좀 reasonable함.

이것도 솔직히 연구비의 규모 문제이므로 나라의 차이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공용 기기 시스템은 살짝 답답할 정도였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사진을 주로 찍는 실험실은 전용 confocal이 있던지 아니면 confocal은 아니더라도 좋은 화질의 형광현미경 몇 대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한, 두 개의 confocal을 '전체' 섹션 인원이 예약을 해서 써야 했다. 심한 곳은 조직절편기나 Nanodrop, Western 사진 기계도 예약해서 써야 했음...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빈번하게 사용되는 기기의 경우, 대부분 랩 자체 소유의 기기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거친 실험실들에서는 랩 전용 confocal 1 대 이상, 일반 automated 형광현미경은 2 대 이상의 환경이었다. 그래서 사진은 찍고 싶을 때 언제든 랩 인원이랑 시간만 맞추면 얼마든지 찍는 것이 가능했다. 

정말 비싼 기계나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실험 환경 (행동 평가 시스템 같은) 것이라면 부서나 연구소 전체가 공용으로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연구비 규모의 문제라고 생각되니 패쓰.

 

- 미국은 data의 validity와 trust를 굉장히 강조하고, 일본은 novelty를 강조했었음.

역시나 순전히 개인 경험 기반이고 어느 실험실이나 데이터의 신뢰성은 매우 중요하겠지만, 특히나 미국에서 data의 재현성을 굉장히 중시한다는 것을 느꼈다. 결과까지 다 나왔어도 다시 한번 재확인을 해서 정말로 팩트인지, 다른 요소들을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강조받았던 것 같다. 

일본은 기존 논문들이나 보고와의 차이점과 이 실험의 새로운 점에 대한 강조가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경험상, 다른 사람들의 발표들 보더라도 일본의 경우 intro 부분에 상당 부분 공을 들이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PI들도 대부분 어떤 것을 지적할 때, intro 부분을 많이 지적했던 것 같다. 

특별히 강조한다는 뜻이지 다른 요소들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님.

 

- 미국은 근무 시간 이후나 주말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음.

정말 리얼 팩트. 물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시안... 아니면 오전 11 시쯤 출근한 사람이 7, 8 시쯤 퇴근하는 경우였다 😎

일본은 강제성이나 압박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실험 스케줄에 맞춰서 주말이나 오후 늦게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한국에서 유독 있는 피펫 돌려놓기 문화와 냉장보관 습관. 일본의 노트 중시.

역시나 개인 경험 기반이라서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피펫 (pipette)을 쓰고 나서 volume 다이얼을 다시 최대치로 돌려놓는 것이 매너(?)로 당연시되는 것 같은데, 미국과 일본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어보니, 오히려 다들 '왜 해야하는데????' 라고 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렇게까지 생길 이유도 없는 contamination과 기타 등등의 이유로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것도 무조건 냉장,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실온에 보관하거나 실온에서 진행해도 문제없는데. 

그리고, 일본에서는 실험 노트 적는 걸 중시했다. 꼼꼼하게 규칙에 맞게 적어야 했는데 미국은 노트에 대한 규정이나 특별하게 꼼꼼히 적어라 이런 룰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다만, 서버에 raw data 및 발표 자료를 전부 올려서 보관하게 함.

이것도 나름 공부하려는 사람은 정말 좋은 게 랩의 수 년치 data와 발표 자료가 서버에 있기 때문에 원하면 다운로드해서 공부나 비교대조가 가능하다.

 

- 미국의 동물 실험에 대한 care 중시.

미국의 랩에서 연구하다 보면 상당히 프리하다고 생각되지만 다만 동물 실험에 있어서는 매우 strict한 룰이 적용된다. PI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animal과 drug만 주의하면 된다' 라고들 한다. 더 나아가서, 'animal과 drug만 잘 신경쓰면 성과가 없어도 bad guy는 되지 않는다'라고까지 한다. 그만큼 animal 부분에서 잘못 걸리게 되면 작게는 일정 기간 실험정지 크게는 랩 퇴출까지 가게 되므로 굉장히 큰 문제로 다들 인식한다. 

미국에서 실험 animal rule은 상당히 까다로운데 여기서 다 적기 힘들 정도로 체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여하튼, 빡세다. 그리고 눈에 보일 정도로 animal의 문제가 있거나 룰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개인 및 PI 메일로 경고 메일이 날아온다. 여기에 즉각 (24~48 Hr 이내) 대응하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나게 되는 시스템이다. 

반면, 한국은 동물 자체의 care나 procedure의 rule보다는 '동물실험실' 자체의 규칙에 더 중점적이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점인데, clean cell room을 제외하고 한 번도 방진복이나 바람이 나오는 스페이스를 통과해서 들어가 본 적이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일반 동물들을 SPF room에 넣어놓은 경우가 많아서 동물실 출입 자체가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 감염병 연구나 특수 균들이 실험에 영향을 주는 (예컨데 microbiome) 경우라면 이해하겠지만...

 

- 연구비 계획서

연구비 계획서 경험은 별로 없지만, 한국의 경우는 무슨 휴대폰 신제품 발표 PPT 마냥 그림이나 그래픽 요소가 강조되었던 느낌이다. 

일본은 그래픽은 그닥 들어가지 않고 본인의 history와 주변 콜라보레이터를 먼저 쓰고, 주요 내용은 글이 대부분이다.

물론 몇 개의 그림은 들어가는데, key picture와 관계도가 포함된 전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그림을 넣었던 것 같다. 

미국은 reference와 가지고 있는 result dependent인 것 같다. 기존의 budget 프로젝트와 연관된 내용에서 현 단계의 결과물과 리퍼런스, 네트워크를 잘 챙기면 되는 느낌.

당연히 어디에서나, co-work 요소, 참신성, 가능성, 중요도 등등등은 기본이지만.

각각의 사정과 평가 요소들이 있겠지만, 내 예상에 한국에서라면, 현 단계에서의 좋은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있어도 published paper나 화려한 그림이 없으면 연구비 못 따낼 것 같다. 

 

 

 

다른 point에서도 있겠지만 현시점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차이점 이 정도인 것 같다. 

 

사족이지만, 나 자신도 정말 모자란 영어 실력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PI들 및 포닥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못 알아들을 정도의 영어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에서 산 지 5 년, 10 년 넘어가는 사람들도 본국의 억양이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영어 못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 많았던 것 같다. 일본에서도 일본어 떠듬떠듬 잘 못해도 실험, 논문과 정말 아무 상관없다고 느꼈다. 물론, 잘하면 좋겠지.

애초에 거대 잡지들에서도 submission 가이드라인 자체에 크게 '영어 skill 여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가 기본 룰로 명시해 놓았다. 과학적 아이디어와 결과, 중요성만 있다면 영어가 엉망이라도 문제 삼지 않는 게 기본적 마인드인 것이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다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에서 무슨 원어민 수준의 영어 발표와 작문을 요구받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학교에서는 애초에 영어 강의를 기본으로 하는 것 같고. 그렇게 정한 높은 분들도 다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학위, 포닥하시고 온 분들일 텐데 왜 유독 이러는지 잘 이해는 아직 안 된다. 다시 적지만, 물론, 잘하면 좋겠지. 하지만 정말 부가적인 사항이지 이 부분이 메인 요소 중의 하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사할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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