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이 느껴지지 않았던. 240426
얼마 전에 정기 세미나에서 누군가 와서 세미나를 했다.
이전 포닥했던 곳에서는 빅가이들만 와서 빅가이 세미나였는데
지금 있는 곳은,
물론, 다 교수급이긴 한데 아는 사람 컨택해서 하는 세미나 같은 느낌인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매주매주 하는데
이번에는 같은 나라 분이면서 유명하다는 분이 와서 했다.
그런데
제목에서도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내용에서 뭔가 아트성이라고 해야 하나
예술적인 느낌이 거의 안 들었던 것 같다.
좋은 저널에도 많이 publish하고 굉장히 큰 랩을 운영하는 유명한 분이라길래 들었는데
그냥 단순한 감상은 그랬다.
물론, 저자분들께서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장인정신을 담아서 예술적으로 만드셨을 것임이 분명하지만
나 같은 저레벨, 지나가는 사람 1일지라도 그럼에도 그냥 개인적 감상은 적어볼 수 있을 것이다.
논문 같은 것이나 깊이 있는 발표를 들어보면
묘하게 정말 아트를 느낄 수 있다.
정밀하고 깐깐하고 세밀한 로직으로 돌아가는 것도 그러하겠으나,
약간 별개로
예술작품이 주는 것 같은 인상.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설득력. 신기함. 흥미로움.
그것이 아득하게 레벨을 초월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일종의 신비함.
그런 게 impression으로 남는데
이번엔 뭔가 밍밍했다.
이번에 라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감상을 적어보는 것도
이전에도 공통적으로 좀 느꼈던 것 같기도 해서 적어보는 것이지만.
과학에서 예술성을 찾는 것도 웃기긴 한 것 같은데,
사실 수학이나 물리하는 분들도 수식이나 로직의 아름다움을 종종 이야기하는 걸 보면
나의 개인적 감상 판단 기준도 완전히 틀린 부분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방대하고 화려하거나, fancy하거나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하는 것과는 또 조금 다른
정말 새로운 approach나 고찰,
데이터에서 나오는 설득의 파워, 신기술, 대담하고 발칙한 정도의 전개 같은
이런 요소요소에서 나오는 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게 공통적으로 좀 없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아직도 좋아하는 논문 중에
western blot으로만 거의 모든 데이터를 만든 초기 insulin signaling 논문들이나
cytoskeleton 관련 논문들 보면 진짜 예술적으로 잘 만들었다.
사실, 너무 마스터피스들만 가지고 비교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냥 바로 다음 주나 전주에 들었던 세미나 내용 보면
taste가 좀 다르다 는걸 피부로 느낀다.
아니면 차라리 중요한 문제나 질병을 대상으로 solution을 찾아가는 식이라면 또 모를까.
뭐... 그냥 개인 블로그에 개인 감상 쓰는 시간이긴 한데,
그냥그냥 뭔가 좀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냈었던 혹은 지금 하는 작업들이 예술성이 있느냐? 하면
솔직히 객관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아예 꽝일 수도 있고,
저널 수준이나 퀄리티로 보면 완전 비교조차 불가능한 허접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 평소의 나 자신은 과학적 데이터의 예술성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내가 하는 작업물에 반영하고 싶어 하는 건 분명하다.
애초에 나에게 있어서의 '예술성'에 대한 정의가 그냥 감 과 같은 두리뭉실한 인상 정도의, 명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