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는 낭만 (浪漫)이 로마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231025

ss_salix 2023. 10. 25. 20:03

나는 낭만 (浪漫)이라는 단어가 로마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굳이 나무위키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Roma라는 어원에서 기원한 Romantic, Romanticism 를 일본어로 번역할 때, 음차 표기를 빌렸는데

그 당시 음차 표현으로 浪漫(ろうまん)으로 쓴 단어를

다시 그대로 한자 →  한글로 읽으면, [낭만]이 된다 라는 식의 이야기이다.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옆으로 흘러흘러서 입에 나오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진짜 낭만적이라서 그런가 😂

 

내가 주로 공부했던, 공부하는 분야의 한국어 단어들은 사실 어원이 거의 이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 아마 근현대 과학 단어들은 유통구조상 거의 다 비슷하지 않을까? 🙄

영어 또는 독일어 또는 네덜란드어 →  일본어 →  한자를 한글로 읽는 식의 표기라고 해야 하나.

 

역사적 관점에서 그렇게 1800-1900 년대의 근대, 현대적인 과학 단어들이 거의 일본을 통해서 번역되어 흘러들어왔으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역사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그 당시 일본에서 이런 새로운 지식을 어떤 식으로 번역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라고 해야 하나 센스라고 해야 하나

그런 점들이 종종 느껴진다. 뭐 산소니 질소니 이런 단어도 전부 그렇겠지만.

 

예를 들어, 세포 (細胞)의 경우에는 누가 봐도 음차 형식의 표기가 아닌데

Cell 이라는 단어를 그 당시의 일본 학자는 細 와 胞로 표기라고 해야 하나 번역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렇게 해놓았다.

또, 굳이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Cell, 즉 세포는 Hooke이 주로 식물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나온 단어인데 여기다가 번역하면서 식물 관련으로 사용되는 단어인 포자 (胞子)의 포(胞)를 작고 세세한 細 뒤에다가 붙여 놓은 것이다.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서 센스가 좀 갈리는데,

신경 (神經;神経)이라는 단어는 유럽에서 들어온 해부학 서적을 그대로 번역하면서 신기(神気)와 경맥(経脈)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신경이라고 해놨다. 이 부분은 약간 중국이나 불교적 배경이 있는 단어 느낌이 들지만,

췌장이나 혈관과 같은 단어의 센스는 약간 전근대적인 센스가 느껴진다.

 

췌장(膵臓)이 진짜 특이한데, 췌장의 췌(膵)라는 단어는 pancreas (췌장)라는 단어의 pan과 creas를 각각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萃와 月을 거꾸로 합한, 膵 라는 것으로 번역을 해놨다.

이건 솔직히 음차할만 했는데 영어 단어의 어원을 파고 들어가서 그 의미 그대로 상응하는 한자어의 조합으로 만들어 놓았다.

 

또, 음차할 때는 음차하긴 했는데

림프절이나 림프선 할 때의 림프(lymph)를 당시에는 음차로 림파 (淋巴)라고 해놓아서 써왔다.

 

 

혈관 (血管)를 뜻하는 blood vessel의 vessel을 管이라고 한 센스도 동맥, 정맥의 맥을 가져다가 혈맥이라고 하지 않고 딱 管 이라고 픽한 당시의 센스가 느껴진다.

 

몇년 전부터는

원래 유럽이나 영어 단어를 → 일본에서 번역한 것을 → 한자로 한글로 읽은 것을 → 다시 한국어로 바꾸어 오고 있는 것 같지만.😅😅

예를 들어, Femur →  大腿骨 → 대퇴골 →  넙다리뼈 이런 식으로.

그러면 동맥은 '움직핏줄' 정도로 불러야 되는 것 같은데...ㅎㅎㅎ

 

그래서, 거슬러 거슬러 쭉 올라가면 역시 Roma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앞서 혈관의 관(管)도 라틴어의 vasa에서→ vessel에서 →管에서 →관으로 된 거라고 하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따지만 어느정도 오리지날은 한의학 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한의학도 중국 영향 엄청 받았을거 같기도 하고 🙄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식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재미도 있고. 뭐가 오리지날인지 어디서 온 건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래서 다들 '뿌리 찾기' 같은거 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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